+추가
좀 이따 펑할게요.
속 시끄러워서 하소연하듯 뱉은 글에 많이 댓글이 달렸네요

우선 지혜롭게 넘기라, 철판을 깔라
등등 현실적 조언을 주신 분들 너무 감사합니다.
제가 아직 많이 순진한가봐요.
남편을 낳아주신 어머니고,
한평생 안 본다 치더라도 장례는 가야하는 분이기에
조심스러웠던 것도 있어요.

어른에게 싹싹하게 굴고, 예의바르게 해야하고
가족에게는 일 가릴 것 없이 궂은 일은 제가 한다는 주의인데 저도 제가 이런 사람인지 몰랐어요.
첨에 뵈었을때 제사도, 명절에 영화보러 간다는 가풍
전업인 동서에게 일하라는 티 안내시고
삼계탕을 하면 며느리들 먼저 다리 챙겨주시는 분이었기에
감정이 복잡하고 아직 어머님께 기대하는 바가 있나봐요
아들 둘 키우신 어머니 안쓰럽기도 했구요.

해가 가면 갈수록 양파껍질 까듯
내 아들 우선인 주의가 나오시는 듯 해요.
자꾸 자꾸 당하고, 그래도 어른인데... 내 남편 어머닌데...
우리 남편이 울 부모님께 얼마나 잘하는 사람인데...
죄책감에 시달리다 이제 노선을 확실히 정했네요.
싸가지 없이도 안굴거고 제가 직접 싸우지도 않을래요.
그저 내 인생에 없는 사람. 남. 이웃집 아주머니.
이웃집 아주머니께 효도하지도 않고 남에게 살갑지도 않잖아요.

어쨋든 앞으로 똑부러지게 살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잘하진 못하더라도 조언 대로 우선 해볼게요.

그리고 맹추? 바보?ㅋㅋㅋㅋㅋ
정신 아직 못차린 건 맞죠. 그렇다고 비웃고 인신공격합니까? 속상해서 쓴 글에 공감치 없으세요?
딱 인격 보이네요. 딱 그만큼만 사세요^^


찬밥 며느리만 주신다는 시어머니 글 보고
저도 쓰러 왔어요.

저도 저번주에 시가에 갔는데 비슷한 일을 겪어서요.
항상 식사를 할때
거실에 상을 차리는데 쇼파 밑에 까는 매트가 작다보니
아버님이 티비가 정면으로 보이는 상석에 앉으시고
양옆을 빼면 티비가 등지는 자리는 매트가 없어요
즉 찬 곳이란 뜻이죠.

늘 그 자리는 제가 앉았어요.
당연한듯이. 그냥 첨부터 그러진 않았는데
제가 며느리라는 위치를 파악하고
먼저 앉았던 것 같아요.

그러고 이번에 가서 아침을 차리고
아기 먹일 준비를 하는데
저번에 찬곳에 앉기 싫다는 말을 남편에게 흘려서
남편이 그 자리를 먼저 앉아버렸어요.
그냥 전 대수롭지 않게 아기랑 밥 먹으려는데
어머님이 ‘니가 그 자리를 왜 앉냐’고 이야기하시는거에요

제가 수십번을 앉았어도 암말도 안하시던 어머니시거든요.
순간 정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말 그대로 어이가 없었어요.

남들이 찬밥준다, 국에 건더기없이 멀건 국물만 줬다
남편이랑 바꿔먹었다더라
남편이랑 애기 먹일라치면 남편은 뒤로 빼고
며느리만 시킨다 이런 경험담 들었을때도
그래, 울 어머님은 먹는걸로는 차별 안하시지
그랬는데 당하고 보니 참 기분 더럽네요.

그러고 나서 반찬을 바리바리 싸주세요
이러고 집가면 아무것도 하기 싫다고
이걸로 밥 먹으라고요. 맘 약해지게...

그런데 참 시가라는 존재는 해마다 저에게 변화를 주는것 같아요
ㅋㅋㅋㅋ 어떻게 하면 덜 갈까
어떻게 하면 못된 말로 시어머니 골릴까.... ㅋㅋㅋㅋㅋ

첨에는 그러시지 않았는데 해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네요. 임신한 며느리에게 편도 4시간 거리 자주 오라 강요하기, 출산한 며느리에게 집에 있던 썩은 과일 들고 오기, 친척들 앞에서 며느리 잡고 산다 허세 떨기, 전화 자주 안하면 삐지기, 해마다 명절선물하는 사돈에게 고맙다는 말만 선물하기, 새벽 여섯시에 일어나 맞벌이하며 주말부부로 독박육아하는 며느리만 설거지 시키기...
우리는 신세대 시부모다 코스프레 하시더니 아마 이게 본성이시겠죠.

일단은 남편에게 질리도록 지랄을 했고
매해하던 새해 인사 가볍고 상큼하게 생략했습니다 .
뭐 전화야 제가 드린지 정말 오래고, 삐지시면 더 땡큐죠.
옛날엔 어떻게 하면 풀어드릴까 고민 많이 했는데
이젠 기대되요 삐지시면 암것도 안해도 되고.

그 자리는 그냥 보란듯이 제가 앉아버릴거에요.
남편이 앉을라치면 제가 살포시 밀면서 말할거에요
‘여보 그 자리 어머님이 앉으면 안된다고 하셨잖아’
뭔가 찔리시지 않을까요?
그리고 한동안 거기 앉은 저보면서 많이 찔리시겠죠?
약발 떨어지면 다시 한번 바꿔보고요 ㅋㅋㅋㅋㅋ
그냥 찬 자리 남편 계속 앉히는게 나으면
좀 댓글로 말해주세요ㅋㅋㅋㅋ


참 그동안은 남편이 저희 집에 너무나 잘하고
부모님이 큰아들처럼 느끼실만큼 잘해서
억지로라도 도리를 했는데
이제는 깨닫네요 출발점이 다르다는 것을.
오는 것이 좋아야 가는 것도 좋듯이
정말 자식처럼 여겨주는 분들에게 효도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분들에게 효도하는 것은 천지 차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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