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평생 연애 못 할 것 같아..
25살 직장인 여자입니다.
트라우마 때문에 결혼은 커녕..
평생 연애도 못 할 것 같아요.
저희 부모님은 두 분 모두 공무원이시고
성에 관해서 많이 보수적이세요.
어렸을 때부터 드라마에 키스신이 나오면
저런건 보면 안된다고 하셨고,
남자는 어려도 남자라며 초등학생 때도
남사친을 이해해주지 않으셨어요.
제가 중2 때 부모님의 발령으로
시골로 전학을 갔어요.
(당시 편의점도 없고, 롯데리아같은 체인점도 없던 시골마을)
시골마을이었기 때문에 오랫만에 온 전학생이었고,
도시에서 왔다고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솔직히 제가 예쁘게 생긴 편이고,
상냥한 성격이어서 남자 애들한테 인기가 많았어요.
중3 2학기에 처음으로 남자친구가 생겼습니다.
남자친구는 제가 전학간 날 짝이었는데
친하게 지내다가중3 때 같이 학생회를 하면서
같은 선도부 조원이 되면서 사귀게 됐어요.
부모님은 시골에 있는 고등학교에 가지 않길 원하셨고, 저도 특목고에 가고 싶어서
중3 겨울방학을 원래 살던 도시로 나와서
학원을 다니게 됐습니다.
부모님이 폰을 사주지 않으셔서
남자친구와 연락할 방법이 없어서 편지를 썼어요.
덜 쓴 편지를 책 속에 꽂아 책상 서랍에 넣어두었어요.
그 다음날 아침 일찍 학원에 갔고
저녁에 저희 집에서 친척들이 놀러와
함께 저녁을 먹었어요.
저녁 먹고 후식으로 과일을 먹고 있었는데
부모님이 안방으로 부르시더라구요.
안방에 들어간 순간 분위기가 싸해서
내가 뭘 잘못한게 있었나? 하고 걱정부터 했습니다.
부모님이 갑자기
"ㅇㅇ(남자친구)네 집이 어디냐?" 라고 물었고
전 눈 앞이 새하얘져서 모르겠다고 말했어요.
그러니까 "니 남자친군데 왜 몰라!!"
라고 소리를 지르셨어요.
그러곤 제가 전날 썼던 편지를 꺼내고
처음부터 소리내서 읽으셨어요.
거실에는 친척들도 있었고,
그 상황이 너무 당황스럽고 공포스러웠어요.
편지 내용은 그냥 공부하느라 많이 힘들다,
방학인데 같이 놀고싶다.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부모님은 편지를 소리내서 다 읽으시고는
그 자리에서 편지를 찢어버리셨습니다.
그리고 아무말 없이 나가셨어요.
저는 찢어진 편지를 치우고
혹시 남자친구한테 찾아가는 건 아닐까,
학교에 전화하는건 아닐까 걱정했어요.
다행히 별 다른 일은 없었고, 특목고에 합격하면서
남자친구와 자연스레 헤어졌습니다.
별 일은 없었지만,
그 당시 상황이 트라우마가 되어버려서
남자를 사귄다는 건 잘못 된 일이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니 부모님의 감시가 더 심해졌어요.
타지역이어서 기숙사 생활을 해야했지만,
기숙사는 못 믿겠다며 마침 고등학교가 있던지역에 살고 있던 친척 집에서 학교를 다녔어요.
트라우마로 인해 남친을 사귈 생각조차 없었지만
부모님은 아니었겠죠..
2~3달에 한번 정도 부모님이 친척집에 와서 만났었는데,학원을 다녀오니 또 난리가 나있었습니다.
항상 가지고 다니는 다이어리가 가방에 있었는데
그걸 보셨어요.
친한 친구의 생일을 적어놓았는데
그 친구가 여자이지만 이름이 남자이름이에요.
그래서 남자라고 오해를 하셨던 건데
제 말은 듣지도 않고 다이어리를 찢어버리셨어요.
나중에 여자애라고 사진도 보여드리고 해서 오해는 풀었는데 저에게 사과하시진 않으셨어요.
안그래도 트라우마가 있었는데
또 비슷한 일이 생기니까남자는
절대 사귀면 안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머리에 박혀버렸습니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연애 한 번 안해보고 살았어요.
친구들이 연애하면 좋아보이긴 하지만 부럽지도 않고
그냥 나한테는 해당사항이 아니다. 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대학교에 들어가서 고백을 많이 받았는데
다 거절을 하니 여자 선배들 사이에서 소문이 이상하게 났었습니다.
어장 관리를 하느니, 앞에서는 조신한척 뒤에서는 놀고다닌다느니..심하게는 사생활이 문란해서 오피를 뛴다느니.. 술집을 다닌다느니.. 이런 소문이 났었어요.
처음에는 해명하고 다니다가 지쳐서 신경안쓰고
대학생활 하니 나중에는 그냥 엄청 눈 높은 애, 도도한 애로 여겨졌고선배들도 미안하다고 사과했습니다.
그렇게 남들한테 트라우마가 있다고 말은 못하고
그냥 연애 생각이 없어~ 이렇게 다녔는데
지난 주말에 친척 오빠가 결혼을 했어요.
결혼식에 다녀오니 부모님이 그냥 농담식으로
"너는 예쁘게 낳아줬는데 왜 연애도 못하고 그러고 있니?"이러더라구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떠오른건
'나도 연애해도 되는거였어?' 였습니다.
갑자기 억울해서 눈물이 나더라구요.
부모님한테 중 고등학교때 있었던 얘기를 꺼내면서 나 많이 힘들었다..그래서 난 연애도 못하고 고백도 늘 거절하고 살았다.. 다 말해버렸습니다.
그런데 부모님이.. 기억을 못하시더라구요.
서로 그런일이 있었나? 기억나?
이러는데 너무 분했습니다.
나는 이렇게 별 것 아닌 기억때문에
이 나이 먹도록 연애 한 번 못하고 살았나..
사실 그 기억때문에 연애를 못하겠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내가 정신이 미성숙한가..
그게 트라우마라고 할 수 있을까..
그게 뭐라고 연애를 못하냐고 할까봐
친구들한테 말 한번 꺼내보지도 못했었는데..
그 날 이후로 부모님이 별 일도 아니었는데
계속 연애하라고 그러시는데저는
이제 연애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닌 것 같습니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지도 않고..
무성욕자가 된 것 같아요..
그냥 제가 할 수 없는 일 같습니다.
나 혼자 간직하고 있었던 나쁜 기억이..
분하고 억울해서 이렇게라도 얘기할 데가 필요해서..
계속 심란해서.. 글 남깁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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